어렸을 때 비해서 프로그래밍 언어 학습이 더뎌진 것 같아서 이리저리 고민하며 나의 사고 패턴을 관찰 해 보니, 나의 사고 회로가 유연성이 떨어지고 굳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직 사회 초년생이거나 20대 초반인 사람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내가 10년 후에 어떤 뇌를 가지게 될지 생각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심정에서 이 글을 적는다.
일단 현상을 짚어보면 어떤 사건이나 복잡한 설명은 해당 하는 것의 세부 항목을 기억하기 보다는 추상화를 거친 단어로 기억하거나, 나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한 최종 결론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기억 용량의 부하를 줄이게 되나 싶기도 하지만 세부 사항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곤란한 경우도 종종 있다.
프로그래밍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새로운 언어의 문법, API의 세부적인 것을 기억하는 능력은 발달하지 못하였다. 왜그런가 생각하니 나의 프로그래밍 행태와 관련이 큰 것 같다.
나는 보통 정교하게 설계 한 후 프로그래밍 하는 방식이 아니라, 큰 얼개와 방향을 머릿속에 그려 본 후 조금씩 구현해 나가면서 처음 생각을 고쳐나가는 방식으로 해왔었다. API를 많이 외우는 것보다 어떤게 있다는 정도만 ‘얕게’ 기억하고 문서를 자주 참조 하는 방식이었다. 알고리즘이나 패턴도 외우고 있기 보다는 어떤 문제에 직면 했을 때 어떤 것이 도움이 될지 찾아보는 패턴이었다.
그러다보니 세부적인 사항을 기억하는 회로는 발달이 덜 되고, 얼개나 방향을 생각하는 뇌의 회로가 만들어 진 것 같다. 뇌의 회로가 죽을 때 까지 바뀔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것을 바꾸려면, 혹은 새로 만들려면 그때까지 들어간 시간 혹은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자각을 한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다. 아직 생명 에너지가 팔팔하다 못해 넘치는 10대, 20대 사람들은 앞으로 내 뇌가 어떤 기능을 가지면 좋을지 생각해보고 그렇게 뇌의 회로를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